[기사입력일 : 2017-02-17 10:45]

<또바기세상> ‘함께’와 ‘서로’ ‘우리’로 버텨온 한민족




<또바기세상>
‘함께’와 ‘서로’ ‘우리’로 버텨온 한민족

 


나 홀로 삶을 즐기는, 이른바 ‘혼족’ 문화가 많이 정착된 듯하다. 과거 젊은층에서만 유행하던 것이 지금은 중장년층까지 꽤 확산됐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혼자 여행을 다니는 ‘혼행’을 비롯해 혼자 놀기를 즐기는 ‘혼놀’까지, 혼족 문화와 관련된 신조어들은 이미 익숙한 보통명사 된지 오래다. 그런가하면 인터넷상에는 혼밥족 레벨 테스트까지 돌아다닌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라면을 혼자 먹을 수 있다면 1레벨은 통과다. 혼자  패스트푸드점이나 분식집, 중국집 같은 일반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다면 2∼5레벨은 된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 다음부터는 망설이는 사람들이 나올 것도 같다. 혼자 전문 요리점을 찾으면 6레벨이고 7레벨이 패밀리레스토랑, 8레벨이 2인분이 기본인 음식점을 서슴없이 방문하는 사람이다. 마지막 9레벨은 술집이다. 술집에서 당당히 ‘혼술’을 즐길 수 있으면 혼족 문화 최고의 경지에 오른 셈이란다.
필자역시 술을 좋아하지만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 사람의 등짝만 봐도 외로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혼자=외로움’이란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혼족은 외롭지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도 없다. 혼족 문화는 자발적으로 편안한 신세계의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혼족 문화’라는 이름의 신문화 성장 속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어른들만이 아닌 초등학생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침에 잠깐 부모의 얼굴을 보고 나면 학교를 파하는 순간까지 부모의 모습은 마주할 수 없다. 그나마 엄마를 보더라도 책가방을 내려놓고 나면 학원으로 쫓겨 가기 일쑤다. 엄마가 집에 있는 아이들은 그래도 낫다. 엄마가 손수 챙겨주는 간식이라도 맛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 자녀들은 간식은커녕 물 한 잔 얻어 마실 기회가 없다. 가정에서부터 혼자가 된 아이들은 함께 놀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나누는 방법에 서툴다.  

친구들이 있는 학원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은 혼자 밥을 사먹거나 구석진 자리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손에 쥔 스마트폰을 친구삼아…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학원을 몇 개씩 다녀야 하니 학원 근처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컵라면이나 햄버거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초등학생 혼밥족은 사교육 천국인 대한민국이 낳은 우울한 결과이다. 아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집에서 따뜻한 밥 한 그릇 얻어먹을 여유도 없이 학원 순례를 다닌다. 2015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 생활에 대한 충격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학습 시간이 5시간 23분으로 4시간 10분인 대학생보다 더 길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는 사실을 여실이 증명하고 있는 결과다.

사실 교육열 높기로는 유대인들도 한국인 못잖다. 그러나 유대인과 한국인의 교육 방식은 극명하게 다르다. 미국의 유대인 변호사 앤드루 서터는 그의 저서 ‘더 룰’에서 유대인 성공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가족이 둘러앉은 저녁 식탁에서 세대를 이어 전하는 지혜와 문화 덕분에 남다르게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예시바’라는 유대인 전통 교육기관은 둘 이상이 모여 토론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를 배치해 놓았다. 도서관에서는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유대인들은 교육을 ‘혼자 책을 읽거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것이 아닌 타인과 의견을 공유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여긴다.

지난 1980년대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자녀의 학업 부진이 사회문제로 대두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의 격차가 아이들 학업 성적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버드대의 연구결과는 뜻밖이었다. 아이들의 학습 능력 차이는 가족 간 식사 횟수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부유하지 않아도 가족이 밥을 함께 먹으며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가정일수록 아이들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하면 일주일에 5회 이상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청소년들이 높은 학점을 받고 비행에 빠지는 확률도 낮다는 컬럼비아대학의 통계도 있다. 

결국 아이들에게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함께 생활하는 일은 신체적 건강을 주는 것 이상이다. 아이들에게 기술적으로 공부하는 법만을 가르치는 교육으로는 다가올 혁신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 밖에서 혼자 생활하는 지금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는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이 더 문제다. 학교나 학원을 탓하기에 앞서 부모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예부터 한민족은 ‘함께’와 ‘서로’ ‘우리’로 버텨온 민족이 아니었던가!




[기사입력일 : 2017-02-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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