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7-07-24 11:24]

지역문화 살리는 일, 선택 아닌 필수




사람이 먹고 살만해지면 ‘족보’라는 것을 챙긴다. 생전 관심 갖지 않던 조상들의 산소를 돌보고 뒤늦게 고향이란 곳도 찾아보게 마련이다. 자기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경제적 여유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성장하면서 자아가 싹트게 되면 누구나 자기 존재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것이다. 사춘기의 방황은 이런 자기정체성 확립을 위한 몸부림 바로 그것이다. 나라와 민족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정치적, 제도적으로 안정을 이룩하게 되면 정체성 확립에 나서게 된다. 단순히 무력이나 우연에 의해 나라가 세워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시키고 싶어 한다. 나라의 존재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것을 믿고, 믿게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건국에 관한 신화나 서사시는 그러한 욕구의 산물이다. 유대인들의 역사서라 할 수 있는 ‘창세기’나 조선 세종조의 ‘용비어천가’가 ‘뿌리 찾기’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런 시기를 우리는 흔히 ‘르네상스(문예부흥기)’라 칭하기도 한다. 문학이나 예술을 통해 나라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다 보니 문예가 부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 16·17세기 영국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침으로써 대서양의 해상권을 장악하게 되지만 해적국가라는 이미지를 쉽게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엘리자베스 1세의 문화정책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 할 수 있다. 19세기 말 ‘영국학’의 대대적인 붐 조성도 문화적 열등의식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배려라 할 수 있다. 식민제국의 오명을 유구한 전통문화를 내세움으로써 희석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영국의 역사가 재정리되고 ‘영문학’이 새삼 공식학문의 한 영역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게 되는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들의 자부심은 문화와 예술을 통해 문화적 열등의식을 극복했던 시기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그런가하면 20세기 초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선 미국이 펼친 ‘미국학’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역사와 전통문화가 비교적 일천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이기에 이 일은 훨씬 더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현재 집요하게 ‘동북공정(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을 펼치는 것도 이러한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나 민족문화추진위 등이 구성되고 최근 ‘한국학’ 관련 부분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노력의 예로 볼 수 있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고조도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구체적 구심점이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선언하며 나섰던 것은 구심점으로 서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국가가 마땅히 추진해야 할 과제 일부를 수행해 나가겠다는 역할분담을 다짐 하고 나선 것이다. 풍부한 전통문화 자산은 말 할 것도 없고 주민들의 관심이나 의지 또한 만만치 않았으며 지자체 전주시의 정책방향 또한 확고했다. 전주 주변의 생태적 환경도 급증하고 있는 문화적 욕구 수요를 충족시켜주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주시와 문화원, 전주시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자신들의 자원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평택의 경우는 어떠한가. 지역의 전통문화에 관한 것은 나아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일이다. 그러니 지역의 문화를 살리고 보존하는 일이 최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인 것이다. 그러나 평택시는 물론 문화원조차 평택이 가진 자원과 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정책의 구체적 추진은 물론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개인들이 나서 사비를 들여가며 문화재를 발굴하고, 문화 지킴이에 앞장서고 있지만 정작 관련 공무원들은 담 넘어 불구경하기 일쑤이다. 망설일 일이 아니다. 지역의 최우선 과제임이 확인되었으면 그것을 실현시킬 의지와 역량을 키우고 점검해야 한다. 평택을 문화중심도시로 만들어 평택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자산들을 활용하면 된다. 평택농악은 물론, 평택거북놀이, 민요 등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소중한 자산과 자원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우리 스스로 준비를 잘 하고 있으면 정부의 예산집행은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그동안 일부 개인들의 성과에 기대어 숟가락을 얹으려했던 평택시는 이제라도 발 벗고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평택에서 즐길 문화와 문화시설 없음을 한탄하며 다른 것 찾기에만 혈안이 되어 정작 우리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니까…. 이보용 기자 byleec@hanmail.net



[기사입력일 : 2017-07-2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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