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7-09-25 11:11]

우리가 용기내야 할 일




‘오늘 한강물 따뜻하냐…?’ 지난 9월 6일 서울의 한 여고에 근무하는 교사가 고3 학생들이 교실 뒤에 모여 나누는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아 제보한 내용이란다. 그날은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라 일컫는 ‘9월의 모의고사’가 끝난 날이었다.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은 저마다 색색의 볼펜을 듣고 가채점을 하기에 이르렀고 가채점 결과가 실망스럽자 자살을 희화하는 말들을 농담처럼 주고받았단다. 더욱 놀라운 건 한 학생이 내 뱉은 이 같은 말에 다른 친구는 “나랑 같이 한강가자”며 가벼운 농담처럼 맞받아 쳤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학생들의 자살관련 소식에 주목하던 김 교사는 “죽는다는 말을 쉽게 하면 안 된다. 부모님이 들으시면 얼마나 속상하시겠느냐”고 타일렀지만 학생 누구도 들은 체 하지 않고 웃어넘기더라는 것이다. 심장이 ‘쿵’ 내려앉을 일이다. 한창 꿈을 키우며, 새로운 세상에 벅차해야할 청소년들이, 그것도 해맑은 여고생들의 입에서 나올법한 농담은 아니지 않는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학업이나 입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10대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불안감에 따른 우울, 두통 증상부터 심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9월10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이후 9∼24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라고 한다. 이 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03년 제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15번 째 맞는 날이기도 했지만 청소년 자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현실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을 자살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은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중·고생 5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심리적 불안요소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학업(32.9%)과 진로문제(28%)를 꼽았다. 그런가 하면 빈번한 교육입시제도 변경을 꼽은 청소년도 17.6%에 달했다. 공식적인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있어 학업과 입시가 주는 압박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만 한 일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진보교육감시대’를 외치며, 지자체별 교육현장에서 ‘교육 살리기’에 혼신의 힘을 다 쏟고 있다. 그러나 ‘찢기고 상처투성이인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으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곳곳에서의 충돌을 빚어 오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혁신학교라는 프레임으로 학교장중심의 권위주의 학교를 바꾸고, 입시명문학교로 바뀐 자사고를 폐지하기도 했다. 계급이 되고 만 수석교사제를 폐지하려는 시도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보교육감들의 발 빠른 행보에도 불구하고 교육개혁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법적인 한계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들이 교육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상호 소통은 사라진지 오래다. 아이들은 입시라는 타이틀의 성공적인 ‘Out put’을 위해 끊임없이 가동되는 기계에 불과하고, 교사는 최고의 생산품을 양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엔지니어로 전락해버렸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신자유주의 프레임에 찌든 교육 관료들의 사고는 바뀌지 않는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사를 늘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실에 지쳐버린 아이들이 삶의 끊을 놓아버려도 우울증 환자로 몰아세우기에 바쁘다. 어디 그뿐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네들의 입맛에 맞게 뜯어고쳐지는 입시제도는 또 어떠한가. 사람을 만들고, 삶을 가르치며 세상을 견뎌내게 하는 교육 제도는 이미 전설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 아이들을 살려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입시위주의 교육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일류대학을 나와 야만 인생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일류대학 유인요소’ 제거에 용기를 내면 된다. 혹 자는 이 틀을 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공립대안학교’를 제안하기도 한다. 교육감 권한으로 특성화학교를 만들어 입시교육에서 좀더 자유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입시와 대학’이라는 관점에서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된다. 해마다 계속되는 아이들의 위태로움, 이 일의 해결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반드시 풀어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 이보용 기자 byleec@hanmail.net



[기사입력일 : 2017-09-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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